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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2-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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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활동 눈물꽃 - 정선모
글쓴이 : 해당화 조회 : 18,339
눈물꽃 - 정선모

사방에서 꽃망울 벙그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다시 잠들기는 힘들 것 같아 새벽에 일어나 가까운 공원에 산책하러 나갔다. 이곳에도 봄맞이가 한창이다.
산수유는 노란빛으로 입술을 열기 시작하였고, 목련은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을 부풀린다. 공원 한 귀퉁이에 서 있는 매화나무는 마른가지 사이로 연분홍 꽃을 활짝 피웠다.
향을 맡으려고 여리디 여린 꽃잎에 얼굴을 대는 순간 무언가 반짝인다. 이슬 한 방울이 꽃 속에 들어앉아 있다. 아니 꽃이 울고 있다. 팡팡 꽃망울 터지는 소리는 환희의 송가가 아니라 아파서 지르는 비명이었던가 보다. 우리에게 기쁨을 주려고 피는 것이 아니라 매서운 추위에 얼어 죽을까봐 얼른 열매를 맺으려는 몸부림이다. 죽을 만큼 힘들 때 피워 올리는 꽃. 그래서 모든 꽃은 울면서 피어난다. 눈물꽃이다.
올봄이 오기 전에 심한 몸살을 앓았다. 말과 말이 섞여 어지러운 무늬를 만들어냈다. 검부러기를 걸러내는 키에 올려놓고 사방에서 까불어댔다. 열정을 쏟던 모든 일이 부질없어졌다. 그냥 다 내려놓고 걸어 나왔다. 끝까지 말을 섞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독한 겨울이었다.
절대로 곁을 내주지 않을 것처럼 딱딱했던 나뭇가지마다 바늘 자국 같은 틈을 비집고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순들이 서로 밀고 나온다. 기를 쓰고 세상 밖으로 나와 있는 힘껏 꽃을 피운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피어난 꽃을 보고 사람들은 환호하고 웃으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는 꽃이 이토록 숭고하게 느껴진 적이 또 있었던가.
매화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는데 60년이 걸렸다.
그 꽃을 보며 지난겨울에 마침표를 찍는다.
아,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