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의 경계
악기 / 정희승
늘 그대 곁에 있으면서도 나는 떨고 있다오, 떨고 있다는 말은 과거에 크게 떨렸던 적이 있다는 의미지요.
그게 언제였을까요? 돌이켜보면 그대를 처음 만날 날, 그때도 나는 떨고 있었지요. 그 날 비로소 떨기 시작한 게 결코 아니었다오. 지금 이렇게 평온하게 떨고 있는 것은, 아니 한 평생 악기처럼 고요하게 떨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숙명인가 보오. 아마 나는 전생에 그대를 만나 크게 한 번 떨렸을 것이오. 그러므로 내가 이생에서 그 여음으로 살아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오. 우린 지금 공명하고 있는 것이오.
아내에게 메일을 보내놓고 한 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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