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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5-3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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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활동 <산문의 시>
글쓴이 : 김경옥 조회 : 17,362
배 꽃눈

김경옥

아침 일찍부터 품앗이인부들이 모여 같은 속도로 함께 도란도란 박자 맞춰가며 배나무 밭에서 가지치기를 한다. 땅바닥에 떨어진 가지에 매달린 예쁜 꽃망울은 처량하다.
“불쌍해!”

미국으로 입양 가는 신생아들이 비행기 속에서 보채며 운다. 양부모들이 너희들의 도착지 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게다. 누구는 아이를 낳아 버려야 했고, 누구는 아이를 입양 받아 키우는가? 그 아이는 잘 성장할 수는 있어도 뿌리를 꼭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항아리 속에 꽂힌 잘린 가지, 그 가지 끝에 매달려있는 꽃눈을 보고 있자니, 미국인의 입양아로 입적되어 미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낸시(Nancy)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 녀가 흰 가운에 약사 명찰을 달고 백인동네 약국에서 신뢰받는 건강지킴이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녀의 3살 때 모습은 영락없이 잘린 가지에 매달려있는 꽃눈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