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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7-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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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활동 해바라기
글쓴이 : 김경옥 조회 : 18,080
해바라기 - 서순옥

고흐의 해바라기그림도 좋지만 1982년 단성사에서 본 영화 해바라기는 잊을 수가 없다. 낯선 서울살이에 술 한 잔 걸친 남편과 소피아 로렌과 함께한 그 밤, 나는 엉엉 울고 남편은 코를 골았다.

두 남녀는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자마자 남편은 전선으로 떠나고 전사통지까지 받는다. 로렌은 믿을 수 없어 사진 한 장 들고 찾아 나선다. 남편을 보았다는 우크라이나 시골,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벌판이 나오면서 들려오는 음악은 가슴을 쥐어짠다. 남편의 집에 들어섰을 때 낯선 젊은 여자와 여자 아이, 침대에 놓여있는 두 개의 베개를 발견하고 오열한다.

해바라기 씨를 심었다. 벌써 대가 굵어지면서 보송보송한 털도 나있다. 넓은 잎만 봐도 해바라기다. 소피아 로렌 얼굴이 겹친다. 코를 골고 있는 남편을 흔들었다.

러시아 여인은 로렌을 보자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옷장 속에서 남편의 군화를 꺼내 보여준다. 그녀는 눈 속에서 죽어가는 패잔병 남편을 살려냈다. 전쟁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다. 그녀와 로렌은 남편이 퇴근하는 기차역으로 나간다. 기차에서 내린 남편을 그녀와 사이에 두고 바라보다 로렌은 그 기차에 올라탄다.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이탈리아로 돌아온다.

남편이 내 손을 잡았다.

로렌은 집으로 돌아와 남편 사진을 던지면서 통곡한다. 남편을 잊으려고 열심히 공장일하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도 한다. 어느 날 이탈리아에 왔다고 남편이 연락해 왔지만 로렌은 그냥 떠나라고 한다. 남편은 로렌에게 같이 살겠다고 절규한다. 둘이 부둥켜안고 있을 때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로렌은 결혼 했고 아이 아빠는 오늘밤 야근이라며 둘이서 밤을 지새운다. 이제 알았으니 떠나라는 로렌. 기차역에서 눈물을 머금고 떠나는 남편을 쳐다보는 눈빛...

이별의 아픔에 나는 일어설 수 없어 남편 손만 붙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