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다
보성 율포 해수욕장을 향해 달린다. 광주에서 화순을 지나 1시간 반 거리. 장마철이라, 빗방울이 오락가락한다.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있고 물안개가 산마루를 아리아리하게 하는 뽈록뽈록 솟은 진초록 산들 사이로 달린다. 숨바꼭질하듯 골짜기 따라 펼쳐진 맑은 초록빛 논들이 귀엽다. 보성차밭과 한국차박물관을 지나니, 해수녹차탕이 있는 D-콘도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남해바다가 보이는 땅 끝. 은빛 모래사장, 어린 시절 꽃삽으로 모래를 파헤치고 엄마의 양산 펼쳐 꽂고 들어가 놀던 곳. 그 곳에 텐트 족들이 줄지어 서있으나, 저 멀리, 고기잡이배들이 정박되어 있는 부둣가, 그 끝엔 아직도 옛 등대가 그 모습 그대로 파란 불꽃을 깜박거린다.
숙소에 들어 와 베란다 커튼을 젖히니, 체육공원이 시끌벅적, 젊은이들의 배구놀이가 한창이다. 아! 엄마, 학창시절 배구선수였다던 엄마, 방실거리며 자신만만 “마이 볼” 외치며, 아빠 왈 “저, 너의 엄마 눈빛 좀 봐라.”와 거의 동시에, 볼을 가볍게 네트위로 넘기던 엄마 모습이 아른거린다.
남해바다, 율포 해수욕장은 따뜻한 안식처다. 항상 포근한 엄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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