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파키타
목이 긴 광주시립발레단 무용수들이 3-3, 4-4 짝을 지어 무대 위에서 이리저리 팔랑인다. 빨강 장밋빛 발레복 속에서 날아갈 듯 유연한 발동작과 동시에 빨간 핀을 꽂은 머리와 팔을 예쁘게 움직이며 밝은 미소로 황홀케 한다. 순간 옛 경험이 떠오른다.
유치원 발표회 때, 빨강장미꽃이 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백합꽃이 어울린다고 나에게 하얀 백합꽃 발레복을 입혀주었다. 주연 역할을 맡은 빨강장미친구가 무대 중앙에서 가장 돋보이게 방긋거려 귀여움을 독차지했었다.
하얀 장밋빛 무용수 한 명이 남자 무용수와 함께 등장하여 빨강 장미꽃 사이사이를 휘젓고 다니다가 무대 중앙에서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한다. 와! 예쁘고 멋있다. 대강당이 찌렁찌렁 박수 소리 요란하다.
나의 초등학교무용선생님은 <백조의 호수>작품발표회 때, 나도 발레리나가 될 소질이 충분히 있다고 하셨다. 발동작도 잘하고 팔의 움직임도 좋은데, 다 좋은데, 목이 짧아 목선이 예쁘지 않은 게 큰 흠이라고 하셨다. 아쉬워하며 “발레여, 빠이빠이~.” 했었다.
그리고 오늘, 예술회관 대강당에서 발레 파키타를 광주시립발레단 무용수들의 한결같이 긴 목으로 표현하는 동작들을 하염없이 부럽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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